"이제 시와의 전투를 끝내고 시와 화해해야 겠습니다. 몸에 힘을 빼는게
어려웠습니다. 시를 잘 써보겠다는 마음을 비우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4전 5기' 다섯번의 도전 끝에 당당히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화제가 되고있는 주부이자
학생이 있어 화제다. 계명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 재학중인 천수호(千壽鎬·여·38세)씨가 그 주인공.
천수호 씨는 등단을 꿈꾸는 수많은 문청(文靑)들의 등용문인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서 6,674편의
응모작 가운데 「옥편에서 '미꾸라지 추(鰍)'자 찾기」와 「오래된 부채」라는 작품으로 당당히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백제 유일의 가사 「정읍사」에 매료되어 시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하는 천씨는 시에서 묻어 나오는
리듬감을 사랑한다고 한다. 당선소식을 받아 들고 "그렇게 기다린 당선소식인데, 기쁨보다 부담감에 밥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평생 시를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라고 하며 시에
대한 애착을 표현했다.
이번에 당선된 작품인 「옥편에서 '미꾸라지 추(鰍)'자 찾기」는 자기일에 책임질 줄 모르는 부도덕한
사람과 사회를 고발하는 시사풍자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으로, 동문선에 수록된 「죽루죽기」편을 번역하며
옥편에 나오지 않는 글자를 미꾸라지에 빗대었다고 한다. 막상 찾는 글자는 없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망에 걸리는 것을 보여 사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오래된 부채」는 택시 운전기사의 아버지에 대한 애절한 사연을 듣고 영감을 얻었다고 하며,
부채에 얽힌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담고 있다.
1남 2녀의 엄마이기도 한 천씨는 정민 작가의 '한시미학산책'과 일본 사진작가의
'티벳 방랑'을 감명깊게 읽었다고 하며, "좋은 글을 쓰려면 테니스 칠 때 손목에 힘을 빼야 하는 것처럼
욕심이 있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고 하고,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
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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