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곳에 난 수술자국을 보면서 ‘부자간이란 이런 거구나’ 하고 새삼 느껴요 “이식 후 아버지와 저 사이의 관계가 더 깊어졌습니다. 똑같은 곳에 수술한 자국이 있는 걸 보면서 ‘아, 내가 아버지의 아들이구나’하고 새삼 느껴집니다.” 지난해 어버이날인 5월 8일 아버지에게 간의 반을 떼어준 자연과학부 식품가공학 전공 3학년 사공헌구 군(22). 간이식 후 회복기라고 알려진 1년을 막 넘긴 5월 15일 그는 자연과학부 학부장실에서 재단법인 명은선행청소년장학회로부터 선행상패와 장학금 200만원을 받았다. 사공군이 만성간경화로 생명이 위험해진 아버지(사공익·55·대건종합학원 원장)에게 간이식을 해야한다는 걸 알게 된 건 지난해 4월, 다른 치료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자, 그는 ‘내가 이식해야지’하고 맘먹었다. “따로 생각하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생명이 달린 문제인데 당연히 외아들인 제가 해야지요. 할 일을 한 건데 방송에서 카메라로 찍고 그래서 무척 쑥스러웠습니다.” 사공학생은 현역으로 군 복역 중이었고, 수술 날이 마침 어버이날이어서 3개 지상파 방송이 부자간의 간이식을 취재 방송했다. 이식 적성검사 결과, 사공군의 간은 아버지에게 이식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가족끼리는 대부분 잘 맞는다고 하는데, 저하고 아버지는 특히 잘 맞는다고 합니다.  남다른 핏줄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부자 모두 건강 되찾아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그는 이제 거의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회복됐다. 아버지도 이식 후 면역억제제 등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 간을 반쪽씩 나눠 갖은 아버지와 아들은 수술 후 많은 변화를 느끼고 있다. 말이 없던 아버지는 부쩍 말수가 많아졌고,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깊은 신뢰감 같은 게 생겼다. 가족들 모두 말이 없어 조용하던 집안이 이제 왁자지껄하게 항상 얘기하고 웃는 분위기로 변했다. “화기애애라는 말이 딱 맞다 싶을 만큼 집안 분위기가 좋아졌습니다. 잘못하면 이 자리에 아버지가 없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면 아버지가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합니다. ”